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무안국제공항에 무안군의회 명의로 내걸린 대통령 감사 현수막이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현수막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름을 ‘이제명 대통령’으로 잘못 표기한 채 게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단순한 오타를 넘어 참사 현장을 대하는 지방의회의 인식과 행정적 검수 수준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지금도 유가족들이 공항 현장을 지키며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는 현수막부터 내건 것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무안국제공항 2층 건물 외벽에는 무안군의회 명의로 ‘이제명 대통령님의 무안국제공항 조속한 재개항 지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게시됐다.
문제가 된 현수막은 현장을 지키던 유가족들이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협의회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무안군의회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협의회는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하는 현수막을 제작하면서 정작 대통령 이름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은 “179명의 희생과 지역의 안전을 대하는 의회의 무성의와 무책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또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대통령의 공항 재개항 관련 발언에는 감사 현수막을 내건 데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논란의 본질은 ‘이재명’을 ‘이제명’으로 잘못 적은 글자 한 자에만 있지 않다.
179명이 희생된 참사 현장이자 유가족들이 여전히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공간에 현수막을 내걸면서 기본적인 문구 검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참사 수습과 진상규명이라는 민감한 상황 속에서 ‘대통령 감사’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 의회의 판단 자체가 적절했는지도 함께 짚어볼 대목이다.
더구나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견제·감시해야 할 지방의회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을 단순히 외주업체의 제작 실수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무안군의회 역시 최종 확인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논란이 커지자 무안군의회는 현수막을 철거하고 사과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무안군의회는 문제가 확인된 직후 현수막 철거를 지시했다며, 좋은 취지로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실수가 발생했다는 취지로 유가족과 국민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참사 현장에서 발생한 이번 논란을 단순한 ‘현수막 오타 해프닝’으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안군의회에 지금 필요한 것은 대통령을 향한 감사 문구보다 17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의정활동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보다 분명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한 장의 현수막은 철거됐지만, 참사를 대하는 지방의회의 책임감과 현장 감수성에 대한 물음은 그대로 남았다.